어느 날 햇살이 너무 좋아서 거실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 기분 좋은 바람 대신 쿰쿰한 흙냄새와 함께 정체 모를 까만 가루들이 거실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날 정말 충격받았거든요. 분명히 집 안은 매일 청소기 돌리고 닦는데, 정작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통로인 방충망이 그렇게까지 더러울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충망 구멍마다 미세먼지와 꽃가루, 그리고 이름 모를 벌레 사체들이 뒤엉켜서 아예 구멍을 막고 있더라고요. '아, 내가 그동안 이 먼지를 다 마시고 살았구나' 싶어서 당장 걸레를 들고 달려들었죠. 그런데 웬걸요? 물걸레로 슥슥 문지르자마자 방충망에 붙어 있던 시커먼 먼지들이 뭉쳐서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고, 걸레는 단 한 번의 손길에 회색빛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닦으면 닦을수록 먼지가 옆으로 번지기만 하고 구멍 속 먼지는 그대로인 그 절망적인 상황, 아마 겪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보통 방충망이 더러우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물걸레로 닦자' 혹은 '물호스로 쏴버리자'일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물을 마음껏 뿌리자니 아래층에 민폐가 될까 봐 겁나고, 그렇다고 물걸레로 박박 문지르자니 방충망이 팽팽하게 늘어나거나 구멍이 커질까 봐 조심스러워지죠.
사실 방충망의 먼지는 대부분 아주 미세한 입자들이 정전기 때문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예요. 여기에 수분이 갑자기 닿으면 먼지가 진흙처럼 변해서 망 사이에 딱딱하게 고착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그냥 문지르면 먼지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 망 속으로 더 깊숙이 박히게 되는 거죠. 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낸 핵심은 '먼지를 불리고, 흡착시켜서 떼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보고 반신반의하며 따라 했다가 무릎을 탁 쳤던 방법이 바로 '신문지'를 활용하는 거예요. 준비물도 정말 간단합니다. 다 읽고 분리수거함에 넣어두었던 신문지 몇 장과 물을 담은 분무기만 있으면 끝이에요. 만약 집에 주방세제가 있다면 물에 한두 방울 섞어주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방충망 바깥쪽(창문 밖)이 아니라 안쪽에 신문지를 펼쳐서 꼼꼼하게 붙여주세요. 그다음 분무기로 신문지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물을 듬뿍 뿌려줍니다. 그러면 신문지가 방충망에 착 하고 달라붙게 되는데요, 이 상태로 15분에서 20분 정도 그대로 두세요.
이 시간 동안 수분이 방충망에 엉겨 붙어 있던 마른 먼지들을 부드럽게 불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신문지가 마르면서 발생하는 흡착력이 망 사이에 박혀 있던 먼지들을 자기 몸으로 끌어당기게 되죠. 20분 뒤에 신문지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떼어내 보세요. 아마 신문지 안쪽이 새까맣게 변해있는 걸 보고 '와, 우리 집 방충망이 이 정도로 더러웠나?' 싶어 소름이 돋으실지도 몰라요.
신문지로 큰 먼지를 잡아냈다면, 이제 망 사이에 끼어 있는 자잘한 녀석들을 처리할 차례입니다. 이때는 버리려고 놔둔 구멍 난 양말이나 낡은 수건을 활용하면 좋아요. 손에 양말을 끼우고 물과 주방세제, 베이킹소다를 살짝 섞은 용액을 묻혀서 가볍게 톡톡 두드리듯 닦아주세요.창문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세게 문지르지 않는 거예요. 살살 두드려주기만 해도 이미 불어 있는 먼지들이 양말의 섬유 사이사이로 옮겨붙거든요. 저는 이 단계에서 '이게 진짜 청소구나'라는 쾌감을 느꼈어요. 까맣던 방충망이 원래의 은색 빛을 되찾으면서 반대편 풍경이 훨씬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창밖의 초록색 나무들이 전보다 두 배는 더 싱그럽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죠.
방충망을 깨끗하게 닦았어도 창틀 아래에 쌓인 먼지를 그대로 두면 다음 비가 올 때 그 먼지가 다시 튀어 올라 방충망을 오염시킵니다. 그래서 창틀 청소도 세트로 꼭 해주셔야 해요. 하지만 창틀 좁은 틈새를 걸레로 닦으려면 손가락도 아프고 구석까지 잘 닿지도 않잖아요?
이럴 때는 다 쓴 수세미에 칼집을 격자무늬로 내보세요. 창틀 레일 두께에 맞춰서 칼집을 낸 뒤에 슥 끼워서 밀어주기만 하면, 수세미가 레일 사이사이에 딱 끼어서 먼지를 한 번에 훑고 지나갑니다. 물을 살짝 묻혀서 서너 번만 왕복하면 그 지저분하던 창틀이 새것처럼 반짝거려요.
이렇게 청소를 마치고 나서 창문을 열어두면, 들어오는 바람의 느낌부터가 확실히 달라요. 쿰쿰한 냄새 대신 상쾌한 공기가 느껴지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창가에서 놀 때 먼지 날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게 가장 마음 편하더라고요.
큰돈 들이지 않고, 특별한 도구 없이도 집안 분위기와 공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이 방충망 청소인 것 같아요. 미루고 미루다 보면 숙제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신문지 붙여놓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면 금방 끝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주말, 날씨가 좋다면 가족들과 함께 창문마다 신문지 한 장씩 붙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청소 후에 마시는 시원한 공기가 그 어떤 공기청정기보다 훨씬 만족스러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