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세제통에 검은 곰팡이가 핀다. 정말 답답한 문제다. 나도 처음엔 당연히 세제를 더 넣으면 되겠지 싶었다. 강력한 세제, 표백제, 심지어 곰팡이 제거 전용액까지 써봤는데 2주일만 지나면 또 까맣게 핀다. 매번 손톱으로 긁어내거나 칫솔로 문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실수로 깨달은 게 있다. 이제는 세제통 곰팡이가 진짜 안 생긴다.
세탁기 세제통은 항상 축축하다. 세제 액체가 흐르고, 물이 흐르고, 습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곰팡이는 습도만 있으면 번식한다. 내가 놓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세제통 안쪽에 굳어붙은 물때다. 하얀색이나 누런색으로 보이는 미네랄 침착물. 이 물때 위에 곰팡이 포자가 붙어서 번식하는 거였다. 세제를 아무리 쏟아부어도 물때는 없어지지 않는다. 물때는 세제로 제거되는 게 아니라 산성 성분으로만 제거된다.
내가 한 실수가 이거다. 세제를 많이 쓰면 세제 잔여물이 더 쌓인다. 그럼 곰팡이가 먹을 양분이 더 많아진다. 악순환이다. 세제 세 스푼을 쓰던 것을 다섯 스푼으로 늘렸는데, 곰팡이가 더 빨리 생겼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순서가 잘못됐다는 걸.
세제통을 빼낸다. 대부분의 세탁기는 손으로 쭉 당기면 나온다. 세제통 안쪽에 물때가 보인다. 여기에 백식초를 붓는다. 식초 한 컵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식초병을 직접 들고 세제통 안쪽에 붓는 대신, 작은 컵에 담아서 부으면 흐르지 않는다. 그대로 15분을 둔다. 15분 후 칫솔로 문질러 본다. 물때가 술술 떨어진다. 이 느낌은 신기하다. 세제로는 절대 안 떨어지던 게 순식간에 없어진다.
물때가 없어진 후에 곰팡이 제거제를 쓴다. 나는 락스를 10배 희석해서 스프레이로 뿌린다. 물 1리터에 락스 100ml. 세제통 구석구석에 뿌리고 10분을 둔다. 칫솔로 다시 문질러서 물로 헹군다. 완벽하게 헹궈야 한다. 락스가 남으면 세탁할 때 흰옷이 탈색된다.
세제통을 다시 끼운 후가 중요하다. 매 세탁 후에 세제통을 꺼내둔다. 공기 중에 놔둬서 완전히 말린다. 나는 세탁기 위에 세제통을 올려두었다가 다음 날 다시 끼운다. 이렇게 하면 습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세제를 꼭 필요한 양만 쓰는 거다. 대부분의 표준 세탁기는 세제 한두 스푼이면 충분하다. 과다 사용은 세제 잔여물을 만들고, 그게 곰팡이의 먹이가 된다.
내가 지금 하는 방법은 이거다. 일주일에 한 번, 세제통을 빼내고 백식초 반 컵을 부어서 5분 둔다. 세제나 곰팡이 제거제를 안 써도 된다. 예방 목적이라 가볍게만 한다. 칫솔로 살짝 문질러서 헹군다. 이 짧은 작업만으로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백식초 한 병이 3000원, 한 달에 1500원 정도만 든다.세탁기
세탁 후에는 세제통을 꺼낸다. 이 하나의 습관이 70%를 해결한다. 습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곰팡이도 번식 속도가 느려진다. 요즘 세탁기 중에는 세제통 건조 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다. 그런 제품을 쓴다면 더 좋다.
물때 제거부터 곰팡이 제거까지 한 번에 30~50분 걸린다. 백식초(3000원) + 락스(1500원) = 총 4500원. 한 번 깔끔하게 청소하면 3개월은 간다. 달평균 1500원이다. 매달 강력한 곰팡이 제거제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주 1회 백식초 예방만 하면 된다. 백식초 한 병으로 한 달을 충분히 한다. 월 1500원. 처음 세제를 많이 쓰면서 낭비했던 돈을 생각하면 확실히 아낀다.
세제통 곰팡이는 결국 물때 때문이었다. 물때를 제거한 후에 건조 환경을 만들고, 약한 산성으로 예방하면 된다. 세제를 더 쓰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순서를 바꿔보자. 이번 주말에 백식초 한 병 사고, 세제통을 꺼내서 한 번만 청소해 봐도 느낄 것이다. 정말 달라진다.